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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LA카운티미술관의 갈팡질팡 행보

무려 넉 달간 논란의 위작을 내걸었다. 파문이 일자 전시회 종료일과 맞물려 슬그머니 그림을 내렸다. 언뜻 보면 위작 논란 때문에 작품을 내린 것인지, 전시 일정이 마무리돼서 내린 것인지 모르겠다. 사실상 꼼수에 가깝다. 최근 세계적인 예술기관 중 하나로 꼽히는 LA카운티미술관(관장 마이클 고반·이하 LACMA)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 2월부터였다. LACMA측은 한국의 대표적 화가인 이중섭, 박수근의 그림 등을 중심으로 ‘한국의 보물들(Korean Treasures)’이라는 전시회를 가졌다. 그런데 미술계가 위작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LACMA측은 아직 관람객들에 어떤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언론 질의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뒤늦게야 입장을 밝혔다.   전시회 이후 도록(catalog) 발간은 상징성이 있다. LACMA측은 뒤늦은 성명을 통해 한국 미술계 관계자들 앞에서 도록 발간 취소를 언급했던 마이클 고반 관장의 발언을 번복했다. 위작 전시를 사실상 전면 부정하며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LACMA는 미국 서부지역 최대 미술관이다. 한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남가주에 있기 때문에 특히 한인 사회와도 접점이 많다. LACMA측도 이를 알기 때문에 한국 관련 전시회를 꾸준히 개최해왔다. 지난 2022년의 특별 기획전 ‘사이의 공간’도 LA에서 한국 근현대 명작들을 감상할 좋은 기회였다. 한국의 미술 명작들을 대규모로 전시해 주류 사회에 선보인다는 건 그야말로 한인들에게는 자부심을 느낄만한 일이었다.     LACMA는 한인 예술가들에게는 꿈을 갖게 하는 곳이다. 언젠가 자신의 작품이 LACMA와 같은 유명 미술관에 걸리기를 희망한다. LACMA의 명성, 공신력은 그만큼 힘이 있다.     LACMA는 또한 대중적이다. 미술 애호가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한국서 친지 등이 오면 함께 즐기며, 산책 삼아 둘러보기에도 좋다. 일례로 야외에 있는 ‘어반 라이트(Urban Light)’ 설치 작품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기념촬영 명소가 됐다.   LA의 중심부를 가르는 윌셔 불러바드를 오갈 때마다 보게 되는 미술관 건물은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러한 LACMA가 위작들을 내걸었다가 입장을 번복하는 행위는 한인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다.   위작 전시 파문은 충분히 막을 수 있던 일이었다. 전시회가 시작됐을 때부터 곳곳에서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LACMA측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오히려 제기된 문제점들을 마치 근거 없는 주장처럼 치부하고 폄하했다.   심지어 전시회를 기획한 스티븐 리틀 아시아 미술부장은 위작 의혹 제기에 “아마도 박수근, 이중섭의 그림이 LACMA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며 “우리는 작품을 과학적으로 증명한다”고 자신했다. 그랬던 LACMA측은 결국 한국 미술계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위작 가능성을 인정했고, 계획했던 도록 발간까지 취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 심각한 건 위작 인정 후 이를 다시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작 가능성을 인정한 순간 LACMA측은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일단 전시회부터 종료했어야 했다. 관람객들은 전시 종료일까지 이중섭, 박수근 그림의 위작 여부도 모른 채 돈을 내고 작품을 감상했던 셈이다.   이런 식의 행보는 LACMA가 한인 사회와의 접점을 지우는 일이다. LACMA는 유명 예술 기관이기에 앞서 커뮤니티 미술관이다.   LACMA의 소장품 관리 규정집에는 ‘예술작품의 제작, 품질, 내용, 출처, 목적, 의미 등 예술의 역사를 대중하게 알리는 것’이 사명으로 명시돼 있다. LACMA가 내세운 ‘대중’의 본질적 의미가 궁금하다. 갈팡질팡하고 불투명한 지금의 행보는 신뢰도 저하로 이어진다. LACMA가 진정 공신력 있는 예술 전문 기관이 맞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장열 / 사회부장중앙칼럼 la카운티미술관 행보 일자 전시회 한국 미술계 위작 전시

2024-07-14

문 닫힌 '한국 보물들'…LACMA 신뢰 추락

LA카운티미술관(이하 LACMA)의 한국 미술품 위작 전시 논란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본지 7월1일자 A-1면〉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꼽히는 기관의 위작 검증 과정의 맹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여서 미술계 전반에서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번에 LACMA(관장 마이클 고반)측이 위작 가능성을 인정하고 전시회(한국의 보물들·Korean Treasures)에서 내린 작품들은 이중섭, 박수근 그림 4점을 포함, 조선 시대 회화, 도자 등이다.     남가주 지역 한인 미술 업계 한 관계자는 “그때 박수근 연구소에서 LACMA측에 작품 전시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LACMA 같은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기본적인 것도 확인하지 않고 위작을 전시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LACMA측은 지난 2월부터 논란이 된 위작들을 내걸었다. 그 사이 한국 예술 기관 관계자들은 계속 LACMA측에 위작 의혹을 제기했다. 동시에 이중섭, 박수근 화백의 작품을 보기 위한 관람객의 발걸음은 계속 미술관으로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한국 정부도 논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LACMA측에 질의서까지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LA한국문화원 테미 조 전시 담당은 지난 1일 “외교적 문제로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지만 (위작 논란과 관련해) LACMA에 질의서를 보냈었다”며 “질의서에 대한 답변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LACMA측이 위작 전시 문제를 인지하고도 이를 묵인하려 했을 가능성까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LACMA측이 이미 한차례 위작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한 뒤 전시회를 강행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LACMA의 스티븐 리틀 아시아 미술부장은 지난 3월 열린 강연회에서 “박수근과 이중섭 작품은 모두 검증 절차를 끝냈다”며 “우리는 작품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본지 3월6일자 A-3면〉   일반적으로 예술품 진위 감정은 안목 감정, 자료 감정, 과학 감정 등의 단계를 거친다. 판별이 쉽지 않을 경우 적외선 촬영, 단층 분석 등의 절차까지 세밀하게 이루어진다. 리틀 미술부장이 말한 LACMA의 ‘과학적 증명’이 얼마나 면밀하게 이루어졌는지, 과연 검증 시스템이 작동했는지는 의문이다.   LACMA측의 이러한 행보는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9년 한국관 폐관 결정을 내린 LACMA는 이후 한국 관련 작품들을 특별 전시회 형식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또, 신축 건물 공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지난해에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신임 이사로 선출하기도 했다. 이번 위작 전시 사태는 향후 LACMA가 보유하고 있거나 향후 전시 예정인 한국 관련 예술품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달 논란이 됐던 ‘한국의 보물들’ 전시회를 관람한 김찬용(44·어바인) 씨는 “LACMA 같은 곳에서 위작을 전시했을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이제는 다른 작품까지 의심이 될 정도”라며 “위작을 전시했다면 그 작품을 보러 갔던 관람객들에게 최소한 진정성 있는 사과 성명이라도 발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LACMA측은 전시회를 강행한 이후 지난달 30일을 끝으로 논란의 위작을 내린 상태다. 본지는 지난 1일과 2일, LACMA측의 공식 입장을 듣기 위해 직접 미술관을 찾아갔지만, 해당 전시 공간에는 전시회 명칭(Korean Treasures)만 붙어있을 뿐 문은 굳게 닫힌 상태였다.   지난 1일 현장에 있던 LACMA 한 관계자는 기자를 제지하면서 “(검증은) 작품이 들어오는 과정에 따라 달라진다”며 “기부한 작품은 또 다른 과정을 거친다”라고만 말했다.   한편, 위작 논란이 된 미술품들은 체스터 장 박사가 기증한 작품들이다. 본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묻기 위해 스티븐 리틀 아시아 미술부장 등 LACMA 핵심 관계자들에게 이메일, 전화 등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2일 현재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관련기사 “이중섭 그림, 타일에 베낀거죠”…LA미술관 “도록 발행 취소할것” 장수아·김경준 기자한국 추락 위작 전시 작품 전시 la한국문화원 테미

20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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